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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이 계신 태국 플럼빌리지에서의 1주일 본문

세계 채식여행/태국

틱낫한 스님이 계신 태국 플럼빌리지에서의 1주일

베가본딩라이프 2018. 10.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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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둔 기념이며 인생 제 2막을 준비하려는 시점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1주 동안 태국 플럼 빌리지의 집중 수행에 다녀왔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못하는 것 중 하나 ㅎㅎ 남아도는건 시간이니 1주일 정도야 뭐 ㅎㅎ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출신의 스님이자 평화운동가이신, 전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적 스승님. 프랑스에 플럼 빌리지라는 명상 공동체를 세워서 수행자들과 함께 지내시다가 최근에 몸이 안좋아지셔서 태국 플럼 빌리지로 옮기셨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뵐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졌었는데, 아쉽게도 못뵈고 왔네요. 2주에 한번씩 나오셔서 한번씩 수행자들에게 가르침을 주신다고 하는데 마침 제가 돌아온 다음날 나오셨다고 하네요^^ 틱낫한 스님은 못 뵈었지만, 1주일 동안 정말 알차게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베트남에는 수행 센터를 운영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고 해서 불교 국가인 태국으로 와서 플럼 빌리지를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스님들과 수행자들이 베트남 사람들이고 가르침과 안내 등은 베트남어와 영어로 진행되네요. 집중수행 참여자들도 반 이상이 베트남 분들이고 나머지는 서양사람들, 동양사람들(인도네시아, 중국 등), 태국 사람들은 의외로 많이 없고 한국인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ㅠ

명상홀 옆의 나무 아래 부처님 상과 풍경.  바람이 불때 나는 풍경 소리가 너무 아름다운 곳.

플럼 빌리지의 개들 중에서도 사람을 제일 잘 따르는 녀석. 

처음 도착했을때 깜짝 놀란건 개들이 막 돌아다닌다는 것 ㅠ 개를 무서워하는 저는 밥먹을때 개들이 옆에 와서 짖어서 처음에는 너무 무서웠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사람들을 정말 잘 따르는 개들이었어요!  명상홀에서 다같이 명상을 하고 있으면 따라 들어와서 빈자리를 찾아서 잠을 자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면 배를 보이면서 드러눕기도 하고 ㅎㅎ

1층은 식당, 2층에는 명상홀이 있는 메인 건물.

대략적인 일정은, 새벽 4시에 기상이며 2시간 정도 명상홀에서 스님들과 함께 좌선과 챈팅을 하고 걷기 명상을 합니다. 잠깐 쉬다가 7시부터 아침식사를 하는데, 전날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칠 때까지 묵언을 해야 합니다. 오전에는 틱낫한 스님의 DVD 강의를 보거나 다른 스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마음 나눔을 할때도 있고 일하기 명상을 할 때도 있는데 매일 조금씩 프로그램이 다릅니다. 저녁시간에는 1시간 정도 명상을 하고 9시부터 또 묵언..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저녁까지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lazy day 가 있어서 하루 정도는 늦잠을 자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7시에 아침식사를 하려면 완전 늦잠은 불가능 ㅎㅎ)

Every Step Is Peace!

일하기 명상을 두번 했는데 한번은 버섯을 다듬는 일이었고 한번은 잡초를 베는 일이었어요. 정말 힘들지만 생각이 없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서 생각이 많은 저한테 가장 효과적인 명상인 것 같았어요!

식사 시간마다 묵언을 해야 되고 천천히 먹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먹어야 하니까, 저절로 배가 부를때를 알아차리고 과식하지 않게 되는 습관이 붙게 되는것 같네요. 그동안 얼마나 탐욕스럽게 먹어댔는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어서 부끄러웠고, 지금 내 뱃살은 탐욕의 결과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ㅠ 처음에는 욕심부리며 많이 가져와서 먹었는데 알아차리면서 먹으니 엄청 배가 불러져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양이 줄어들었습니다.  간혹 음식이 바닥나는 타이밍에 줄을 서면 많이 못먹을 때도 있었지만 다이어트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직접 키운 신선한 유기농 채소가 가득한 부드러운 채식요리

플럼 빌리지의 음식은 맛있고 건강한 유기농 채식이었는데, 제철 채소를 사용한 부드럽고 순한 요리들.  매 식사마다 감동받았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스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알아차림하면서 먹어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몽키 바나나도 정말 맛있었고, 바나나꽃으로 만든 요리, 두부 요리, 누들, 심지어 피자와 파스타까지~ 정말 다양한 음식들 ㅎㅎ 

채소가 듬뿍 들어간 누들과 달콤한 곤약 디저트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리 누들! 플럼 빌리지 스타일~

북샵에서 요리책도 팔아서 사오긴 했지만, 그때 먹었던 맛있는 요리들이 다 들어 있지도 않고, 따라 한다고 해도, 요리하는 분들이 영혼이 담겨 있는 플럼 빌리지의 그 맛은 재현하기 힘들것 같네요 ㅎㅎ

신선한 채소를 듬뿍 올린 그린 페스토 파스타

향긋한 쟈스민 라이스와 함께 먹는 두부와 그린빈스, 가지. 이런 스타일 너무 좋아요~

새소리를 들으면서 풀냄새를 맡으며 동트기 전에 하는 명상은 정말 상쾌했어요~ 테라스 쪽 자리에 앉으면 탁 트인 공간에서 풀냄새, 새소리와 함께 가끔 빗소리와 함께 명상을 할 수 있었어요

아침에 스님들과 함께 하는 걷기명상. 

한걸음 한걸음에 온전히 집중하며 명상하시는 스님들의 성스러운 분위기에 몰입되어서 걷기 명상이 더 잘 되는 느낌. 온갖 종류의 꽃과 열매들도 관찰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풍경 소리를 온전히 들으면서 걷기도 하고,  자연 속에서 오감으로 하는 명상은 고요한 명상홀에서의 좌선 만큼이나 평화로웠습니다. 오후의 자유시간이나 lazy day 에도 각자 페이스대로 걷기 명상을 하는 수행자들이 많아서 언제나 명상적인 분위기입니다! 

바나나 열매가 주렁주렁

 커다란 바나나꽃도 관찰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파파야 나무, 타마린드 등 각종 열매들을 구경하면서 걸으니 천국에 온 느낌 ㅎㅎ

산책로의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네들.

아침 걷기 명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올 때 아침 햇살이 비치는 숙소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오전의 DVD 강의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을 따로 작은 홀에 모아서 진행했는데, 이곳에 사는 고양이가 야옹 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사람들 무릎위에도 앉고 그러네요 ㅎㅎ 고양이가 무릎에 앉으니 간택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ㅎㅎ

플럼빌리지에서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어린 친구들이 많았지만 저보다 훨씬 성숙하고 생각도 깊은 분들이었어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 미국 그리고 베트남! 많은 시간이 묵언이었지만 그래도 틈날 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과 얘기를 하니 재미있었어요 ㅎㅎ

플럼 빌리지에서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니 이곳에서 배운 interbeing (연결)의 느낌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플럼 빌리지에서의 1주일 후 변화들

1.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과식하지 않는 습관이 생겨서 다음 목적지인 방콕을 여행할때 도움이 되었어요 ㅋㅋ

2.묵언으로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었어요. 제 자신의 못난 모습도 많이 봤지만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3. 개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이상하게 개를 무서워했는데 이제 조금 덜 무서워졌어요. 평소에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많이 가지고 사는지 좀더 일상에서 자주 성찰하려고 합니다!

4. 일상 생활의 알아차림을 조금 더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특히 먹을때 알아차림하며 먹는것~

다음에 또 갈것인지 생각해 보면 태국 말고 프랑스 플럼 빌리지에 가보고 싶네요~ 프랑스 남부의 평화로운 시골 정취도 느껴보고 싶고, 태국 플럼 빌리지도 좋았지만 프랑스도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만난 중국 친구 한명은 내년에 프랑스 플럼 빌리지에 1년 동안 있을 거라고 하네요~

태국 플럼 빌리지에 가신다면 여성 게스트 하우스가 많이 낡았지만 지금 새 건물을 짓고 있으니 이곳이 완성되면 가시기를 개인적으로 추천드립니다^^ 지금은 약간 열악해요 ㅎㅎ
 
태국 플럼빌리지 자세한 내용과 신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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